[칼럼] 오직 쉬운 글을 위한 AI, 온글을 시작하며
2026.06.01

 

5월 21일, 세계 접근성 인식의 날을 맞아 소소한소통의 쉬운 글 전문 AI <온글>이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작년, 칼럼을 통해 AI에 대한 소소한소통의 생각을 들려드렸는데요. AI만으로 완벽한 쉬운정보를 만들 수는 없지만, 쉬운 글 전문 AI가 있다면 누구나 부담없이 쉬운정보 제작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소소한소통과 닮은 AI를 만들고 싶었고,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쉬운정보를 만들면서 쌓아온 기준과 규칙들을 AI 안에 담아내려 노력했습니다. 쉬운정보를 만들던 사람들이, 쉬운정보를 만드는 AI를 만든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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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쉬운 글을 위한 AI, 

온글을 시작하며


주명희(소소한소통 총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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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나 다른 글쓰기처럼 쉬운정보도 AI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음에는 이 질문이 낯설게 느껴졌다. 실은 외면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쉬운정보를 만드는 일은 단순히 어려운 표현을 쉬운 표현으로 바꾸는 일이 아니라고, 우리는 오랫동안 말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질문은 그냥 지나치거나 묵힐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AI는 이미 수많은 글을 쓰고, 고치고, 요약하고 있는데, 쉬운정보만 당연히 예외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는 AI를 정면으로 마주해보기로 했다. AI에게 우리의 일을 대신 맡겨보자는 뜻은 아니었다. 오히려 쉬운정보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우리가 지난 10년 동안 쌓아온 기준과 감각을 기술 안에 어떻게 담을 수 있는가를 실험해보는 일에 가까웠다. 소소한소통이 이큐포올과 함께 만든 쉬운 글 전문 AI 서비스 ‘온글’은 그렇게 시작됐다. ‘온 세상 글을 더 쉽게’라는 슬로건으로 출발한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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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정보가 닿는 자리를 넓히는 일

 

동안 소소한소통은 쉬운정보를 만들고 교육하며, 쉬운정보가 필요한 여러 현장을 만나왔다. 복지관과 같은 장애인 관련 기관부터 공공기관, 문화예술 분야에 이르기까지 쉬운정보의 필요성은 점점 더 자주 논의되고 있다. 특히 발달장애인을 지원하거나 발달장애인이 이용하는 기관에서는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의지가 크고, 쉬운정보를 배우고 시도하려는 움직임도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내부 담당자가 직접 배우고 제작하는 데에는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 담당자가 바뀌면 전과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또 매번 외부에 의뢰하기에는 예산과 일정의 부담도 있다.

한편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일상적인 정보는 훨씬 더 넓은 범위에서 쉴 새 없이 제공된다. 병원, 은행, 학교, 주민센터, 시청 등 발달장애인이 매일 마주하는 정보는 복지 영역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오히려 일상에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정보일수록 복잡한 문서와 안내문, 절차 속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런 기관과 조직의 사업 방향이 발달장애인에게만 향해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쉬운정보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더라도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쉽거나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이 크다. 공공문서나 내부 문서를 외부 AI에 입력하는 일, 그리고 그 결과를 실제 업무에 활용하는 일에 대한 책임과 부담도 존재한다.

온글은 바로 이런 지점에서 필요했다. 쉬운정보를 만드는 일을 더 많은 곳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첫 시도를 돕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쉬운정보를 대신 만들어주는 서비스라기보다, 기관과 조직이 스스로 쉬운 글을 만들어볼 수 있게 하는 기반이 되는 것. 우리가 직접 모든 정보를 바꿀 수 없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쉬운정보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서 쉬운정보가 닿는 자리를 넓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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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듯한 쉬운 글 앞에서

 

온글을 개발하는 과정이 설레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AI가 만들어 낸 쉬운 글이 점점 좋아지는 것을 볼 때마다 반가움과 동시에 묘한 긴장감도 느꼈다. AI는 복잡한 문장을 생각보다 빠르게 문장을 정리했고, 겉보기에 충분히 쉬워 보이는 글을 몇 초 만에 만들어냈다. 그렇게 AI를 학습시키는 숱한 과정 속에서, 쉬운정보를 만드는 일은 앞으로 어디까지 달라질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온글을 만들고, 테스트하고, 여러 문서를 변환해 볼수록 오히려 더 분명해진 사실은 ‘AI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사람이 계속 붙잡아야 하는 일이 있다’라는 것이었다. 이는 온글만의 문제가 아니라 AI로 글을 다루는 모든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질문이기도 하다.

AI는 문장을 빠르게 분석하고, 어려운 단어를 풀어 설명하고, 일정한 구조로 글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쉬운정보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문장이 쉬워 보이는가에 그치지 않는다. 이 정보를 읽는 사람이 실제로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어떤 맥락에서 이 정보가 필요한지, 어디에서 헷갈릴 수 있는지를 세심하게 판단하는 일이 필요하다. 겉으로는 비슷하게 쉬워 보이는 문장이라도, 원문의 의미가 조금 달라졌는지, 빠져서는 안 되는 정보가 남아 있는지, 실제 사용자가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설명이 되었는지는 사람이 다시 질문해야 하는 영역이다.

예를 들어 “신분증을 지참하여 방문 바랍니다”라는 문장은 겉으로는 간단해 보인다. 이를 “올 때 신분증을 가져오세요”라고 바꾸면 문장 자체는 분명 쉬워진다. 그러나 어떤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질문이 남을 수 있다. 왜 신분증이 필요한지, 신분증이 무엇을 말하는지, 복지카드도 되는지, 반드시 주민등록증을 가져가야 하는지 같은 실제적인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AI가 문장을 쉽게 바꾸는 일과, 정보 사용자의 입장에서 필요한 질문을 끝까지 따라가는 일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 차이는 단순한 규칙이나 프롬프트만으로는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오직 쉬운 글을 위한 AI

 

쉬운정보가 말하는 ‘쉬운 글’은 원문을 마음대로 줄인 짧은 글도, 어려운 표현을 쉬운 표현으로 바꿔놓은 글도 아니다. 원문의 의미를 지키면서도 정보 사용자가 보다 쉽게 이해하고 행동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된 글이다.

그런 의미에서 온글이 수많은 AI와 다른 점은 오직 양질의 쉬운 글을 위해 개발된 AI라는 데에 있다. 소소한소통이 10년간 쌓아온 제작 노하우를 담아 학습 데이터를 설계했고, 어휘 등급과 문장 난이도 등을 고려한 온글만의 쉬운 글 평가 지표를 개발해 반영했다. 이 과정에서 10,000개 이상의 어휘 등급을 사람이 직접 검수하고 조정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무엇이 진짜 쉬운정보인지 탐구해 온 소소한소통의 기록을 기술 안에서 정량화하려는 과정이었다.

그 결과 온글은 단순히 요약하거나 단어만 바꾸는 방식이 아니라, 원문의 핵심 정보를 보존하고, 어려운 개념은 필요한 만큼 풀어 설명하며, 원문의 문단 구조와 뼈대를 최대한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공공정보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원문의 의미와 의도를 살리면서도, 정보 사용자가 이해할 수 있는 글로 바꾸기 위한 설계다. 


 

AI와 사람이 함께 완성하는 구조


한편 온글은 AI 자동 변환에 사람의 감수를 함께 연결했다. 사용자는 원문을 입력하고 클릭 한 번으로 쉬운 글을 만들 수 있다. 다만 변환 결과를 사용 목적에 맞게 실제 업무에 바로 활용하고 싶거나, 더 촘촘한 검증과 보완이 필요한 경우에는 감수를 요청할 수 있다.

감수는 쉬운정보 전문가에게 받을 수 있고, 필요할 경우 발달장애인 정보사용자에게도 교차 감수를 요청할 수 있다. 쉬운정보 전문가는 어휘 난이도, 정보 구조, 정확성, 사용 목적 등을 고려해 변환문을 검토한다. 정보사용자 감수 단계에서는 실제 사용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 글이 이해 가능한지,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확인한다. AI가 빠르게 초안을 만들고, 사람이 그 글의 쓰임과 품질을 완성해가는 방식이다.

이 구조는 쉬운정보를 만드는 일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다. 쉬운정보는 결과물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누가 읽는지, 어떤 상황에서 읽는지, 읽고 나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따라 글의 방향은 달라진다. 같은 정보라도 리플릿에 들어갈 때와 상세 안내서에 들어갈 때 필요한 정보의 양이 다르다. 공식 고지서에서는 신뢰감 있는 문체가 필요하고, 카카오톡 안내에서는 조금 더 친근한 말투가 효과적일 수 있다. 온글이 정보의 양, 말투, 보기 방식 등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가 온글을 통해 만들고 싶은 것은 ‘언뜻 보기에 쉬워 보이는 글’이 아니다. 실제로 읽히고, 이해되고,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게 만드는 글이다. 이를 위해 기술이 할 수 있는 일을 활용하되, 사람이 확인해야 하는 지점을 구조 안에 남겨두는 것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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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사람 위에 존재하지 않도록

 

아직 온글은 완벽하지 않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고도화가 필요하다. 현재는 기관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 B2B 서비스로 운영되고 있지만, 2027년에는 일반 사용자를 위한 B2C 서비스 확장, 사용자 이해 수준별 맞춤 변환, 파일 업로드 변환 등 여러 가능성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5월 21일 온글 런칭 설명회 이후 이런 후기를 들었다. “그동안 이런 서비스가 AI로 제공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나오니 더 반갑다”는 말이었다. 그 반가움은 단지 새로운 기술이 나왔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동안 많은 현장에서 느껴왔던 막막함, 필요하지만 시작하기 어려웠던 일, 알고는 있었지만 계속 미뤄질 수밖에 없었던 일을 이제는 현실에서 시도해볼 수 있겠다는 기대에서 비롯한 반응이었을 것이다.

그 기대 앞에서 우리는 다시 생각하게 된다. AI는 쉬운정보를 어디까지 도울 수 있을까. 사람은 그 과정에서 무엇을 더 잘해야 할까. 기술이 빨라질수록 우리는 어떤 기준을 더 단단히 붙잡아야 할까. 온글의 고도화 역시 기술 개선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온글이 궁극적으로 누구를 위해 개발되었는가를 간과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언젠가는 미래의 온글이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서비스가 되기를 바란다. 기관 담당자나 전문가가 당사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쓰는 도구를 넘어, 정보가 필요한 사람이 자신의 필요에 맞게 글을 바꾸고, 설명을 요청하고, 이해를 확인할 수 있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그때 온글은 단순히 글을 변환하는 AI가 아닐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에게는 어려운 문서를 함께 읽어주는 친구가 될 수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낯선 행정 절차를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동반자가 될 수도 있다. 개인의 이해 수준, 선호하는 말투, 필요한 설명의 깊이에 따라 정보를 다르게 제공할 수 있다면, 쉬운정보는 더 이상 누군가가 만들어주기를 기다려야만 하는 결과물이 아닐 수 있다. 결국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기준이 있다면 사람이 기술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애쓰느라 또 다른 좌절을 겪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사람의 속도와 방식에 맞춰 다가가는 도구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가 바뀌었지만, 소소한소통이 쉬운정보를 만드는 이유는 달라지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복잡한 문서가 중요한 선택을 포기하는 이유가 된다. 신청서를 읽지 못해서 지원 기회를 놓치고, 안내문을 이해하지 못해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일이 반복된다. 온글이 그런 순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기술은 충분히 사람을 돕는 방향으로 쓰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이 아무리 빨라져도, 쉬운정보가 향해야 할 곳은 변하지 않는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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