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도 '어려운 정보'가 될 수있을까요? 정보 자체는 이해를 했는데, 정보를 따라 행동하려니 다음 행동이 막힐 때가 있습니다. 각각의 정보가 쉬워도, 내가 해야 할 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경험이 되고, 곧 어려운 정보로 남게 됩니다. 경험의 방향이나 행동의 경로를 조금만 더 쉽게 알려줘도, 장벽은 사라질 텐데 말이에요. 소소한소통은 발달장애인이 이런 경험의 어려움을 찾고 장벽을 허무는 일자리를 만들려고 합니다.
장벽을 찾는 일, 직무가 되다
주명희(소소한소통 총괄본부장) 안내문을 읽었는데 무슨 말인지 단번에 알 수 없거나, 처음 이용하는 앱에서 원하는 메뉴를 찾지 못해 여러 화면을 오간 적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정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에게는 익숙한 표현과 구조가 처음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장벽이 될 수 있다. 그 장벽은 이용하는 사람뿐 아니라,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불필요한 오해로 민원이 생기고 실수를 다시 바로 잡아야 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용자가 무엇을 하길 원하고, 어느 지점에서 어려워할지를 미리 살핀다면 장벽은 낮아지거나 사라질 수 있다. 소소한소통은 오랫동안 발달장애인과 함께 쉬운정보를 만들고 검토해왔다. 그 과정에서 발달장애인이 정보를 사용하는 관점에서 준 의견은 결과물을 더 쉽게 만드는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그 역할은 쉬운정보 제작 과정 밖으로도 넓힐 수 있다. 안내문뿐 아니라 웹사이트와 앱, 일상에서 마주하는 서비스까지 당사자가 직접 이용하는 모든 상품, 공간, 서비스를 점검하는 일이다. 인지 접근성을 점검하는 사람, AI 활용 인지접근성 테스터
소소한소통은 올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지원사업 일환으로 중증장애인 고용모델 개발·확산사업을 수행했다. 이 사업은 중증장애인을 위한 새로운 직무를 개발하고, 실제 고용과 현장 정착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소소한소통이 개발한 직무는 ‘AI 활용 인지접근성 테스터’이다. 발달장애인이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문서, 웹사이트, 모바일 앱, 키오스크를 직접 이용하며 실제 경험을 기반으로 접근성을 검토하는 일이다. 필요한 정보를 찾거나 사용자가 하는 정보 탐색, 결제 등의 행위를 직접 해보고 그 과정에서 어떤 경로로 이용했는지, 막힌 지점을 기록하고, 무엇 때문에 어려웠는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한 앱에서 특정 기능을 찾아서 이용해보는 과정을 점검한다면, 테스터는 자신이 어느 버튼을 눌렀고 어디에서 어려움을 겪었는지를 기록으로 남긴다. “이 버튼이 다른 일을 하는 버튼인 줄 알았다”거나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는 솔직한 경험은 이용 과정의 어느 부분을 살펴야 하는지 알려준다. 일을 끝내지 못했거나 “잘 모르겠다”고 답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발달장애인 테스트의 이런 피드백은 특정 미션을 실패한 것이 아니라, 서비스 안에 있는 장벽을 찾는 일이 된다. 직무 이름에 AI가 들어가지만, 어려운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사람은 테스터다. AI는 낯선 표현이나 화면 요소의 뜻을 확인하거나, 테스터가 남긴 기록을 보고서로 정리하는 도구로 활용한다. 테스터는 AI와 함께 만든 보고서를 자신의 기록과 비교하며 뜻이 바뀌거나 말하지 않은 내용이 추가되지는 않았는지 점검한다.
지속가능한 직무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 접근성을 점검하는 사람, AI 활용 인지접근성 테스터
소소한소통은 이 직무를 새로 설계하면서 발달장애인 훈련생 10명을 모집해 12주동안 24회의 직무 훈련을 진행했다. 쉬운정보와 정보에 접근할 권리를 이해하고 주변의 어려운 정보를 찾는 데서 시작해, AI 사용법을 익히고 문서와 웹사이트, 모바일 앱을 직접 점검하는 연습으로 넓혀갔다.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훈련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는 이 일이 ‘지속가능한’ 직무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지 고민했다. 어떻게 설계해야 발달장애인의 특성에 기반한 실제 경험이 일로 연결될 수 있을까, 이 결과물이 실제 서비스에 유의미하려면 어떤 것들이 포함되어야 할까, 테스터가 자신의 판단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도구와 지원은 무엇일까? 그 과정에서 다양한 시도와 시행착오, 다시 개선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AI 활용 인지접근성 테스터’라는 새로운 직무가 어떤 것이고 어떻게 지속가능할지에 대한 부분들은 선명해졌다. 우선 테스터가 해야 할 구체적인 업무의 범위를 분명히 했다. 테스터가 모든 단계를 독립적으로 맡게하기 보다 테스터가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을 구분하고 어디에서 지원할지를 분명히 했다. 이때 테스터도 자신의 핵심 역할인 실제 이용과 판단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또 이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이 정리되었다. 테스터가 찾은 답, 거친 경로, 어려운 이유를 손쉽게 남길 수 있도록 기록 양식을 여러 번 고쳐 만들었고, AI를 간단히만 활용할 수 있어도 AI 보고서 초안을 만들 수 있는 프롬프트도 만들었다. 아직 이 직무는 실제 점검 업무에 적용되기 전 개발 단계이지만 개인의 경험이 다양한 사용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확인되었다. 앞으로 현장에서 실제 적용해 보며 업무 범위와 지원 방식을 구체화해나가면서 결과물의 활용 가치를 검증해야 할 것이다.
가능성을 넘어, 현장에 자리잡는 직무로 시설의 출입과 이동과 관련해 건축물 등에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인증’이라는 평가체계가 있다. 웹사이트의 경우 웹접근성 품질인증이 의무화되어 있다. 이런 심사에는 장애인 사용자가 직접 과업을 모니터링하는 절차가 포함된다.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인지 기준에 따라 살피고, 실제 이용 과정도 확인하려는 장치들이다. 유사하게 인지적 접근성 측면에서도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이용 경험이 점검의 기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AI 활용 인지접근성 테스터는 그 비어 있는 부분을 위한 직무가 될 수 있다. 훈련을 통해 기록하고 보고하는 방법을 마련했다면, 다음에는 그 기록이 실제 서비스의 개선에 쓰일 수 있는지 현장에서 확인해야 한다. 발달장애인 테스터가 발견한 장벽을 기관이 살피고, 바꾼 서비스를 다시 이용자가 확인하는 과정까지 이어질 때 이 직무의 가치도 분명해질 것이다. 24회의 훈련을 마친 훈련생들은 이제 취업을 앞두고 있다. 웹사이트, 어플리케이션 등을 직접 이용하며 어려운 지점을 찾고, 자신의 경험을 기록해 나가는 방법을 익혔다.
"검토를 꾸준히 해서 쉽게 정리하는 습관 들이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 김O영 훈련생 "내용을 더 잘 파악해서 AI에 너무 의존하지 않고 써가는 능력을 키우고 싶어요" - 김O우 훈련생 훈련생들은 자신의 경험을 경험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일에 적용해 보는 훈련 과정 속에서 저마다 성장하며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넓혔다. 이들이 “어렵다”고 말하는 경험이 포용적인, 장벽 없는 서비스를 만드는 첫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앞으로 발달장애인의 경험을 역량으로 한 직무이자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AI 활용 인지접근성 테스터가 잘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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