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감상하는 법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죠. 전시를 관람하는 방법은 각자 다르고, 다양하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전시 해설은 관람객이 전시를 감상하는 법을 안내하는 표지판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관람객은 왜 전시 해설을 어렵게 느낄까요? 전시를 관람하는 방법이 다양한 만큼 관람객이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방법이 다양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쉬운 전시 해설은 그 장벽을 허물고 관람객이 전시와 멀어지지 않게 도와줍니다.

쉬운 전시 해설 주명희(소소한소통 총괄본부장)
전시 해설은 작품과 관람객을 연결하는 매개다. 작품 없이 전시 해설은 존재할 수 없지만, 그 해설이 관람객을 붙잡을 수도, 밀어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쉬운 전시 해설’은 단순히 문장을 쉽게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전시가 관람객과 어떤 관계를 맺게 할 것인가, 즉 ‘경험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에 가깝다. 여기서 ‘쉬움’은 글의 성격이 아니라, 관람객의 경험 속에서 판단된다.
쉬운 전시 해설은 관람객의 이해를 어떻게 돕는가 대부분의 관람객은 전시를 학습하러 오지 않는다. 여러 전시 접근성 관련 연구나 박물관 자료에서 인용되고 있는 다음 논문 내요을 보면, 관람객의 실제 행동을 꽤 냉정하게 알려준다.
전시실은 교실이 아니라, 관람객이 직접 몸을 움직이며 시선을 여기서 저기로 옮기는 참여적 공간이다. 이미 많은 시각적·감각적 자극을 처리하는 상황에서, 길고 어렵거나 추상적인 해설은 관람객에게 또 하나의 ‘미션’처럼 느껴지기 쉽다. 이 경우 관람객은 작품을 보았지만 감상으로 이어가지 못하고, 그 경험은 잊히기 쉽다. 반대로 글이 명확하고 흥미롭고 읽기 쉬울 때, 관람객은 작품을 자신의 감상으로 연결하고, 그 경험을 기억으로 남길 수 있다. 쉬운 전시 해설은 작품 이해를 넘어서, 관람객이 전시를 ‘경험할 기회’를 보장하는 장치다. 다양한 문해 특성을 고려하는 쉬운 전시 해설 쉬운 전시 해설은 특정 집단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발달장애인, 문해력이 낮은 성인, 고령자, 외국인, 청각장애인, 어린이와 청소년뿐 아니라, 현대 미술이 낯설거나 특정 역사·문화적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전시 해설을 ‘어렵다’고 느낄 수 있다.
여기서 ‘문해’는 단순한 읽기 능력만이 아니라, 정보를 이해하는 방식의 차이까지 포함한다. 어떤 사람은 인물과 이야기를 통해 이해하는 것이 편하고, 어떤 사람은 시각적 단서를 통해, 또 어떤 사람은 충분한 맥락 설명이 있어야 낯선 정보를 받아들인다. 전시 해설이 어려운 이유는 단어가 어렵기 때문만이 아니라, 관람객의 이해 방식과 해설의 서술 방식 사이에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개념 중심으로 말하지만, 관람객은 사건과 구체적 상황을 통해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간극이 ‘어려움’으로 체감된다.
쉬운 전시 해설을 쓸 때 고려할 것
쉬운 전시 해설을 쓸 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은 관람객이 실제로 이해하는 방향으로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쉬운 단어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관람객의 관람 방식, 작품을 이해하는 경로를 상상하는 일에 가깝다.
1. 모든 것을 담기보다 필요한 메시지를 남긴다 쉬운 전시 해설의 첫 단계는 무엇을 말할지 정하는 것이다. 크게 ‘작품 이해에 핵심적으로 필요한 정보’, ‘관람객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와 같이 관람객 입장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고 필요한 정보만 남기는 것이다. “가능한 한 많이 알려주기”보다, 필요한 정보만 남겼을 때 관람객은 짧은 체류 시간 안에 핵심을 파악할 수 있다. 또 잘 정리된 핵심은 더 깊이 생각할 발판이 되며 ‘그래서 무슨 말이지?’라는 피로를 덜고 읽는 동력이 생길 수 있다.
2. 관람객의 물음표를 없앤다 전문용어, 영어·한자어 중심의 비일상적 표현, 길고 복잡한 문장, 배경지식 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 추상적 개념 설명 등은 일반적으로 관람객이 전시 해설 읽기에 진입을 방해하고 읽기를 중단하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전공자에게는 익숙한 표현, 문장, 내용이지만, 관람객에게는 읽는 중간중간 ‘이게 무슨 의미지?’ 라는 질문이 연속해서 생기는 것이다.
쉬운 전시 해설은 그 질문을 표면으로 끌어올려 관람객의 물음표가 사라지는 방향으로 문장을 설계한다. 쉬운 전시 해설은 “왜 그렇게 말하는가”를 함께 제공하고, 전문용어나 주요 개념에는 쉬운 풀이를 덧붙인다. 추상적인 문장은 구체적인 상황으로 풀어낸다. 전시 해설의 역할은 다양한 해석을 막는 것이 아니라, 이해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통 기반을 만드는 데 있다. 관람객이 “내가 이해한 게 맞나?”라는 의구심에 갇히지 않게 만든다. 3. 쉽다는 기준을 관람객에게 둔다 쉬운 전시 해설에서 ‘쉽다’를 결정짓는 사람은 정보를 읽는 관람객, 사용자다.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 기준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쓰는 사람들은 “쉬우면 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거나 “내가 이해하면 남도 이해할 것”이라는 오해를 갖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관람객은 전공자가 아니고, 전시 기획 과정의 맥락을 모르며, 책상 위가 아닌 ‘전시장’에서 해설을 읽는다. 읽기의 조건과 상황이 다르다. 읽는 이를 위해 쉬운 전시 해설을 쓰는 일은 전시의 수준을 낮추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전시의 메시지를 더 선명하게 하고, 더 많은 관람객이 그것을 자신의 경험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4. 다양한 확장 가능성을 상상한다 쉬운 전시 해설은 패널·작품설명 같은 월 텍스트나 브로슈어 등으로 디자인될 수 있고 수어 스크립트, 음성해설처럼 다양한 접근성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 확장성이 중요한 이유는, 관람객의 이해 방식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한 문장 요약’이 필요하고, 누군가는 ‘맥락 설명’이 필요하며, 누군가는 ‘듣는 방식’이 편하다.
쉬운 전시 해설은 글의 난이도뿐 아니라, 정보 전달 방식과 형식을 다변화하는 소스가 될 수 있다. 전시 해설이 다양한 형식으로 제공되었을 때 관람객을 전시를 받아들이는 경험도 입체화된다. 특히 전시 연계 콘텐츠나 프로그램 운영 과정에서도 쉬운 전시 해설은 참여의 문턱을 낮추고 참여자가 전시의 맥락을 이해한 상태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토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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