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야에서 AI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AI를 실생활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AI가 도움을 주는 때가 있는 반면 신뢰하기 어려운 때도 있습니다. 쉬운 정보는 어떨까요? 글쓰기에 특출난 능력을 뽐내는 AI이기 때문에 어려운 글을 쉽게 바꾸는 일은 AI가 잘 하는 일이라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쉬운 정보는 쉽기만 한 글은 아니기 때문에, AI가 내놓은 쉬운 정보는... 글쎄요, 아직은 못 미더운 구석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소소한소통은 AI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소한소통은 AI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AI도 쉬운 정보를 만들 수 있겠지만 백정연(소소한소통 대표)
“쉬운 정보가 정말 필요한 건 알겠는데, 예산이 없습니다.” 쉬운 정보를 만든 파트너(고객)에게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다. 소소한소통은 쉬운 정보를 함께 만든 파트너에게 만족도 조사를 한다. 쉬운 정보를 실제 활용한 많은 파트너들은, ‘쉬운 정보는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정보 약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라’고 입을 모은다.
“그전에는 이해 못하던 내용을 이젠 설명할 수 있어요.”,“진작에 이렇게 설명해 주지 그랬냐는 발달장애인의 피드백이 있었어요.” 같은 반응을 접할 때면, 우리가 만든 쉬운 정보가 누군가에게는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정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늘 좋은 피드백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돌아오는 말은 높은 장벽처럼 느껴지는 현실적 한계를 담고 있다.
“비용 부담이 있어 예산 확보가 가능한 사업에만 가능할 것 같아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모든 영역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현실과의 간극 앞에서 오랫동안 질문을 품어 왔다. 발달장애인이 ‘읽을 수는 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정보’를, ‘읽고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는 진짜 정보’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그것이 단순한 필요를 넘어, 누구나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실무자들이 돈 걱정 없이, 쉬운 정보를 만들고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결론은 명확했다. 정책과 예산이라는 구조적 기반이 필요하다. 하지만 작은 사회적기업이 그 구조를 만들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답을 찾기로 했다. 그것이 바로 ‘AI 기술’이다.
소소한소통은 이큐포올*과 함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AI애자일·혁신서비스 개발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쉬운 정보 변환 AI 서비스’를 개발 중에 있다. 그동안 사람이 직접 긴 시간과 노동을 들여 직접 작성했던 쉬운 글을, AI가 일정 수준까지 대신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이 서비스를 만드는 목표는 단순하다. 더 많은 정보가 쉬운 정보로 바뀌어, 더 많은 정보 약자에 가닿는 것. *이큐포올: 다양한 수어•정보 접근성 솔루션과 인공지능 기반 아바타 수어 번역 기술을 개발•보급하는 인증 소셜 벤처.
우리가 만드는 AI는 문장을 단순히 쉽게 바꾸는 기술이 아니다. 정보 약자에게 있어 ‘쉬운 글’은 단순히 어휘만 쉬워서는 안된다. 정보에서 제공하는 중요한 맥락을 잃지 않아야 하고, 쉽게 바꾸는 과정에서 의미가 왜곡되지 않아야 하며, 문장의 구조와 정보 전달의 흐름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 소소한소통은 그동한 축적한 쉬운 정보 제작의 노하우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사람처럼 정보 사용자의 입장에서 사고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고 있다.
물론, 이 기술이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AI가 만들어낸 문장을 사람처럼 섬세하게 다듬기는 어려운 일이고, 맥락을 완벽히 해석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중요한 것은 가능성을 넓히는 일이다. 지금처럼 한 문장 한 문장 사람이 작업해야만 완성되는 구조에서 AI가 쉬운 정보의 꼴에 맞는 기초 틀을 만들고, 전문가가 최종 점검하는 방식으로 바뀐다면, 훨씬 많은 정보에 쉬운 정보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쉬운 정보가 필요하지만 예산이 없다는 어려움을 토로하는 많은 공공, 복지 분야에 AI는 제한된 예산 안에서 쉬운 정보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인공지능에 대한 대화를 ‘인공지능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서 ‘도덕적 고려가 필요한 광범위한 존재들과 함께하는 가운데 어떻게 서로를 돌볼 것인가?’로 전환해야 합니다." - 마이클 레빈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 (김성우, 유유출판사)중에서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지금 우리가 만드는 ‘쉬운 정보 변환 AI 서비스’가 바로 이 질문 위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공지능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어, 이제는 ‘기술은 사람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쉬운 정보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다녀온 영국 연수에서도 비슷한 지점을 발견했다. 영국의 쉬운 정보 제작 기관은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고, 일부 기관은 적극적으로 AI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AI는 쉬운 정보 전문가를 대체할 수 있는 완벽한 존재가 아님을 강조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AI의 역할도 정확히 그렇다. 쉬운 정보의 초안을 AI가 만들고, 그 초안을 완성도 높은 쉬운 정보로 다듬는 건 결국 사람의 몫이다. 소소한소통은 지금 AI 기술을 만들고 있지만, AI 기술을 온전히 믿지 않는다. AI는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일을 도와주는 도구다.
2017년, 소소한소통을 설립했을 때는 쉬운 정보를 만드는 데 인공지능이 쓰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한 사람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도록, 한 문장이라도 더 쉽게 만들자’는 마음이 전부였다. AI 기술을 만들고 있지만, 그 마음만큼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결국 중요한 건 ‘누구를 위해 이 기술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념에서 출발한 ‘쉬운 정보 변환 AI 서비스’가,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정보 약자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쉬운 정보가 공공서비스 현장에서 ‘예산 걱정 없이’ 실무에 적용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지, 기술이 사람을 위해 얼마나 더 잘 쓰일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함께 기대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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